상대방에게 미안했던 감정이 남아있는 날엔, 어둑한 방 안에서 미안했던 마음이 반짝이며 나타난다. 그렇게 밝아진 시야에 시선을 뺏겨 생각에 잠긴다. 그저그런 노력이 서로에게 동일하게 향해있다면 죄책감이 들지 않지만 한쪽에 무게가 실리는 순간 미안함이 커진다. 내가 어떻게하든 미안함의 몫은 상대방에게 달려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의 상대방은 늘 최선을 다하기에 작은 미안한 감정은 결국 커지고 커지다가 터져 나와버린다. 나는 종종 알량한 자존심에 싸움을 이기려고 했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답답한 마음과 괘씸한 마음 등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애꿎은 화풀이를 하곤 한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누구의 잘못보다 오해와 작은 말투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나는 미안한 감정이 터져나온 밤에 다짐했다.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져주는 삶을 살 것이라고. 후회하지 않을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나는 후회하지 않고 싶다.
문득 영상통화를 켜두고 각자 할 일을 하다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의 표정, 생각을 예측하면서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느꼈을까? 그 행동을 느끼고 나서부터 괜한 투정을 덜하게 되었다. 기다리는 나를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된 순간부터 말이다. 괜한 미안함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 더 기분좋은 웃음을 건네본다.
배려와 사랑을 바탕인 마음이면 늘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더 해주지 못하고 덜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더해진다면 끝없는 사랑을 주고 받게 된다. 끝없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한 이 감정을 더할나위없이 완벽하게 느낀다.

어느 순간에 나타난 이 사람이 나의 마음과 나의 눈에 녹아들어 내 일부가 되었다. 나조차도 싫은 나의 부족한 모습을 감싸주다가 다칠까 미안하고도 미안하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끝없이 아끼고 사랑하며 져주는 삶을 사는것, 그게 가장 똑똑한 사랑의 길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길 밖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노력할 것이다.